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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스테이지] 음악으로 통일 꿈꾸는 사람들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7일


지난 15일 경기도 연천 미술관에서 열린 평화음악회

지난 15일 오후 5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 연주자 13명이 1시간 넘게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그곳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7시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열 예정이던 광복 70주년 평화음악회 `원 피플, 원 하모니(ONE PEOPLE, ONE HARMONY)`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국방부, 통일부, 주한 유엔군사령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등의 허가를 받았지만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음악회가 무산됐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한과 북한 음악가들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판문점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남한이 심리전을 펼 경우 조준 타격하겠다고 경고해서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뮤직 대표, 스위스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프랑스 지휘자 앙투안 마르기에 유엔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 13명의 낙담이 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판문점 음악회가 취소될 사태를 대비한 `플랜B`를 실행했다. 경기도 연천 휴전선 인근 석장리 미술관에서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했다. 연주자들은 철조망 너머 북녘 땅으로 평화의 선율이 울려퍼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판문점 음악회는 좌절됐지만 원 대표는 남북한 오케스트라 꿈을 포기할 수 없다. 2009년 스위스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함께 남북 연합 오케스트라를 꾸려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연주회를 계획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2011년 뒤투아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한·미 을지훈련 문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좌절됐다. 2012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2014년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또다시 남북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추진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그는 왜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혼신의 힘을 다할까. 창을 들고 허공을 향해 질주하는 돈키호테처럼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왜 달걀로 바위를 치는 일에 목숨을 걸까. 원 대표는 "분단 국가 음악가들의 운명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그의 작은 노력이 통일의 씨앗이라고 확신한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 통일부, 국방부를 찾아다니면서 남북 오케스트라에 대한 교감을 얻어낸 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6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분서주한 덕분에 동참해주는 음악가도 많이 생겼어요." 그는 6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결성)에서 영감을 얻어 원대한 꿈을 꾸게 됐다.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그의 집념 앞에서 숙연해질 때가 많다. 언젠가 그의 진심이 통하는 날을 기다려 보게 된다. 남북한 음악가들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베토벤 `합창` 노래로 하모니를 이룰 날을.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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