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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음악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7일


[인터뷰] 코로나 치유 음악회 이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린덴바움 감독

"BTS‧손흥민과 함께 소개돼 무한 영광"...영국BBC 뉴스에도 소개

"코로나 병상 연주, 유엔 제네바 평화회담 연설 때 보다 더 긴장"

MIT 과학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악 편곡 작업 진행 중

한반도 평화 위해 남북통일 오케스트라 구성, 평생의 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전 세계가 감염병 확산으로 불안, 우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과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한 음악가도 코로나 시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고민했다.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음악인으로서 모두가 어려울 때 소통과 치유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던 지난 3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바이올린 연주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힘내라대구경북 #힘내라대한민국 #코로나19 해시태그를 달고,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다음 연주자분은 누구신지요?’라며 음악인들의 릴레이 연주를 제안했다. 이 음악가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원형준 씨(44)다.


원 감독의 SNS를 통한 릴레이 연재 제안은 온라인에서 제법 화제가 됐다. 이 캠페인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명지병원의 코로나19 박멸 특별로비음악회로 이어졌다. 지난 3월 27일 진행된 음악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외에서 코로나 19와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전달됐다.


“코로나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설 무대가 사라졌어요. 이런 시대에 우리 음악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연주를 올렸습니다. 그게 9시 뉴스에 소개가 됐고 그다음 어떤 연주는 생각하냐는 질문에 병원에 직접 가서 환자들과 의료진을 위로하는 연주를 싶다고 했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명지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반가우면서도 겁이 났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 비할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숨을 걸고 연주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변 음악인들에게 함께하자고 요청을 했지만 대부분 난색을 보였습니다. 사실 쿨한 척 했지만 연주전까지 긴장을 많이 했어요.”


원형준 감독의 이날 연주회에는 두 돌 조금 지난 아기와 함께 병실에서 지내던 캄보디아 출신 엄마와 외할머니가 모니터 넘어 특별한 관객이 됐다. 원 감독이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인 이소영 교수와 함께 연주한 곡은 블로흐의 '기도'(Ernest Bloch: Prayer). 글룩의 '멜로디'(C.W Gluck, Melodie), 구노 바하의 '아베마리아-메디테이션'(Gounod-Bach: Ave Maria-Meditation Pour Orchestre et Choeur), 엘가의 '사랑의 인사'(Edward Elgar, Salut D’amour)였다. “캄보디아 이민자 가족이 음악을 듣고 마음의 안전과 평화를 찾았다고 해줬을 때 그 어떤 찬사보다 기뻤습니다. 의료진들도 잠시 힐링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날의 연주는 영국BBC 방송을 통해 세계에 소개됐고, 그 주에 가장 많이 본 뉴스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국내 한 방송사는 이날의 연주회를, ‘병동 앞 음악회, BTS‧손흥민까지... 응원 릴레이 동참’이라는 뉴스로도 소개했다. “제가 뜻하지 않게 BTS와 손흥민과 함께 소개됐습니다. 그것도 먼저요(웃음). 선한 영향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원 감독의 코로나 치유음악회는 지난 4월 27일, 경북대병원이 코로나19로 운영하는 대구1생활치료센터로 이어졌다. 오는 5월 22일에는 코로나 사태로 최전선에서 싸움을 벌였던 영남대의료원에 서수민 첼리스트와 함께 힐링 음악회를 열고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해외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의 바이엘 제약회사에서 초청이 와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코로나 사태 종식에 음악의 힘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원형준 감독은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 MIT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병원체 서열과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음악적으로 나타낸 것이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이 연구의 핵심 멤버인 마르쿠스 뷸러(Markus J.Buehler) 교수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감독을 위한 솔로 바이올린 편곡을 진행 중이다. 원 감독은 코로나19 맞춤형 음악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화를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감독은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와 메니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육영콩쿠르 대상을 비롯해 이화·경향 콩쿠르, 줄리어드 예비학교 콩쿠르, 킹스빌 국제 콩쿠르 등 각종 대회에서 1등 상을 휩쓸었다. 10살 때 서울시향과 협연한 그는 이후 KBS 교향악단과 홍콩 판아시아 필하모닉, 서울시 청소년 오케스트라, 매서피쿼 필하모닉, 줄리어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원형준 감독의 음악 분기점은 한국 군복무 시절이다. 서른 넘어 가게 된 군대에서 사고로 오른쪽 어깨를 크게 다치면서 의가사 제대했다. 한 때 바이올린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실의에 빠졌었지만 이겨냈다. 군 생활을 통해 남북분단의 아픔을 직접 더 느끼게 됐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내전 종식 노력을 위해 1990년 일본 삿포로에서 시작한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PMF)에 2008년에 직접 참여하며 음악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2009년 창립하게 된 것이 ‘린덴바움페스티벌’이다. 린덴바움은 이후 '광복 70주년 독립문 평화콘서트', 2016년 'DMZ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연주', 2017년 'DMZ 평화콘서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축하 연주'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원형준(왼쪽) 바이올리니스트와 북한 소프라노 김송미

원 감독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7 제네바 평화 회담’서 한국인 최초로 연주와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9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 합동 클래식 공연을 성사시켰다. 현재는 하버드 대학 커크랜드 하우스 명예위원, 제주 평화섬 음악대사, 독일 시네마 포 피스 재단 국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자, 유엔 창립 75주년, 독일 통일 30주년인 해입니다. 한국에서 유엔 제네바 평화회담을 유치해, 판문점에서 평화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올해 초에는 7월 27일로 일정을 잡고 북한 연주자들도 초청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 변수가 생겨서 여러 상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치유음악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원형준 감독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통일 오케스트라 구성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코로나 19의 종식이다. 음악이 인류 평화와 치유에 꼭 필요하다고 믿음으로 실천하는 음악인 원형준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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