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법천사지서 무관중 연주회
코로나19 극복·지광국사탑 환수 기원 메시지 담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관객없는 콘서트를 진행했다. 부활절을 맞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공연 영상은 공개 6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2천만 뷰를 훌쩍 넘어섰다.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부론에 위치한 법천사지에서도 두오모 대성당 못지 않은 감동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음악을 통해 평화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씨의 무관중 연주회였다. 코로나19로 실의에 빠진 시민들을 응원하고 음악을 통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원주역사박물관 초청으로 마련됐다.
원 씨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파르티타(Partita) 2번' 중 마지막 곡 '샤콘느'(Chaconne)를 시작으로 '고향의 봄'과 '아리랑'을 차례로 연주했다. 비장하면서도 강렬한 바흐의 '샤콘느'는 코로나19로 슬픔에 빠진 대중들을 위로하기에 적절한 선곡이었다.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단숨에 넘나든 지 1주년을 맞은 지난해 4월 '평화 퍼포먼스'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씨가 분단의 비극을 넘어 남북이 하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주한 곡이 바로 '샤콘느'다.
특히 인적이 없는 지광국사탑비 앞에서 '고향의 봄'과 '아리랑'이 연이어 연주될 때는 '샤콘느'와는 또 다른 감동이 몸을 휘감았다. 음악은 마음을 연결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원주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 연주회를 준비했다"고 밝힌 원 씨는 "원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원주 원씨로서 늘 관심이 있었고, 법천사지에서는 꼭 한 번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고향의 봄과 아리랑은 곧 원주로 돌아올 지광국사탑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음악이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기 위해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 씨는 올해 3월부터 대구·경북 지역 주민과 의료진, 국민 모두를 응원하는 코로나19 극복 SNS 캠페인 릴레이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윤유정 씨와 함께 연주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박멸 음악회'를 가졌다. 지난달 27일에도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는 대구1생활치료센터에서 '치유음악회'를 선보인 바 있다. 원 씨의 연주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영국 방송 BBC에 보도되는 등 외신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원주역사박물관 박종수 관장은 "지광국사탑은 일제 강점기 반출돼 탑과 비가 이산되었고, 한국전쟁 때에는 피폭으로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는 등 우리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라며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 아픔의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치유를 기념하는 연주를 열게 되어 뜻 깊다"고 감회를 밝혔다. 한편 무관중으로 진행된 이날 연주회 영상은 원주시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법천사지'나 '원형준'으로 검색하면 된다. 2020.05.04. ▶ [원주투데이 바로가기] ◎ 관련 보도 ▶ 법천사지에 울려 퍼진 바이올린 연주 [BTN 뉴스 바로가기] ▶ 온라인 공연 대세..지역 예술은 '걸음마' [G1 뉴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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