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릴레이 연주 시작
타이스 ‘명상곡’ 연주 동영상 올리고, 음악인들의 동참 제안
병원 음악회도 열고 싶고,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원형준씨(44)는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아니스트 윤유정씨와 함께한 5분 길이 타이스의 ‘명상곡’ 연주 영상을 올렸다. 서울 방배동의 한 연습실에서 밤늦게 촬영한 영상이었다. 그는 영상에 #힘내라대구경북 #힘내라대한민국 #코로나19 해시태그를 달고,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다음 연주자분은 누구신지요?”라고 밝혔다. 음악인들의 릴레이 연주를 제안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예술인들 역시 공연과 레슨의 취소, 학교의 개학 연기 등으로 생계가 위협받을 만큼 설 자리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이럴 때 음악의 힘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릴레이 연주를 시작하게 됐죠. 타이스의 ‘명상곡’은 대중적이고 차분한 곡이라 지금같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필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일 전화로 인터뷰한 원씨는 릴레이 연주를 시작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특히 원씨와 함께 연주한 피아니스트 윤씨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대구 가톨릭대에 출강하고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원씨는 “음악은 정치, 종교, 국경을 초월해 진심의 가치를 전달하는 소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시기에 음악을 통해 서로 힐링하고 위로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코리아가 리트윗한 원씨의 영상은 8일 오후 기준 조회수 2만여회에 달하고, 뜻을 나누는 연주 영상이 올라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씨는 향후 오프라인 음악회, 특히 대구·경북에서 힘쓰는 의료진을 위한 병원음악회도 현장에서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은 온라인을 통해 마음을 전달하고, 때가 되면 오프라인 연주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특히 현지에서 고생하는 의사, 간호사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원씨는 미국 줄리아드음대 출신으로 10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했고 거장 오이스트라흐 등의 가르침을 받았다. 14세 때인 1990년에는 다보스포럼에 초청되어 독일 통일을 주제로 한 연주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통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은 그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이 같은 바람을 담아 2009년 신예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10여년째 남북 교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측의 소프라노 성악가와 합동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원씨는 “제 조부는 고향이 개성으로 한국전쟁 때 홀로 남한에 내려오시면서 이산가족이 됐다”며 “14세 때 다보스포럼에서의 연주와 이산가족이라는 개인적 경험 등이 저에게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남북을 잇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하는 운명 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 필라델피아 등 한국전쟁 기념비가 있는 세계 곳곳을 방문해서 여는 연주회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그런 원씨는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잘 극복하자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질병의 확산으로 공포와 격리가 일상이 되는 요즘, 음악이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이어갈 겁니다.” 2020.03.08.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관련 보도 ▶ [KBS 뉴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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